나는 오늘 집에 머물며 이것저것 잡일을 하면서 소일하기로 하였다. 그 동안 밀린 설거지도 하고, 뒷산에 올라가 나무를 구해서 장작을 마련하기도 했으며, 집 안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찢어진 창호지를 바르는가 하면, 새로이 문풍지를 만들어서 붙이기도 하였다.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내복들을 모처럼 꺼내어 빨래를 했고, 녹아 내리는 마당 한 모퉁이의 잔설을 대나무 빗자루로 쓸어 버렸으며, 그 동안 까맣게 그을린 석유 난로를 청소하면서 심지를 고르게 잘라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니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오늘은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고 하루를 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