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며 석류, 귤, 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1. (나)에 나타난 허생의 상행위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② 제사에 쓰이는 과일, 망건 재료인 말총을 사들여 양반의 허례를 비판하였다.
③ 허생이 현실적으로 무능한 지식인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④ 당시의 경제적 취약성을 비판하는 근거가 된다.
⑤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는 중상주의적 사고 방식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