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께서 헛간 깊숙이 있던 가마솥을 꺼내신 때는 새벽녘이었다.
“득, 드륵, 드르륵…….”
거친 쇳소리가 문을 가르고 들어왔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깊게 잠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를 따라 누나도 잠에서 깨고, 어머니께서도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나셨다. 우리가 막 문을 열 때쯤 아버지께서도 머리맡에 놓아 둔 안경을 집어 쓰며 일어나셨다. 아버지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 어젯밤 나무 그림자를 드리우던 달은 간 곳이 없고 산 건너편에서 희뿌연 빛이 번지고 있었다. 마당에 나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검고 우직한 가마솥이었다.
“우리집 대소사 때면 꼭 ㉠한몫을 하는 놈이다.”
할머니께서는 잠시 허리를 펴 우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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