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왜 양을 그려 달라는 거지?”
“부탁이야. 양을 한 마리 그려 줘…….”
아주 인상 깊고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나는 ㉠참으로 엉뚱한 짓이라고 느껴졌지만 호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리고는 내가 그릴 수 있는 양의 모습을 그려 주었다. ( ㉡ ) 그 아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을 하였다.
(나) 나는 비행기 모터를 분해해서 고장난 곳을 고쳐야 했으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상자를 하나 그려 놓고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런데, 뜻밖에도 내 그림의 심판관 표정이 환해지는 것이었다. 어린 왕자와 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