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시내버스를 탄 나는 뒷자리에 앉아 일찌감치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비몽사몽간 한참을 가다가 버스 안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아저씨, 아저씨! 차 좀 세워주세요!"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한 남학생이 버스문을 마구 두드리며 기사 아저씨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벨을 눌러야지. 벨을! ‘내리실 분은 미리 벨을 눌러주세요’라고 써 있는 거 안 보여?"
기사 아저씨는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더욱 세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댔다.
"한번만 세워주세요, 아저씨.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