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아버지의 손은 유별나게 투박하고 힘이 셌다. 맨손으로 과일 나무를 전지(剪枝)하고, 아무리 고집 센 당나귀도 아버지 손에 잡히면 안장을 써야만 했다. 자[尺]도 없이 판자 위에 정확한 사각형을 그렸다든지, 맨손으로 문에서 쇠 돌쩌귀를 뜯어냈다는 등 아버지의 손에 얽힌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의 손이 남달리 따뜻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꽉 붙잡았을 때 셔츠 밑으로 스며들어 들던 그 손의 따뜻함 ... 아버지는 매가 공중에서 날쌔게 덥쳐 내려오든가, 들 토끼가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내 귀를 잡아당겨 머리를 그 쪽으로 돌리도록 했는데, 그 때에도 손이 그처럼 따뜻했었다. 아버지의 손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글자를 쓰는 일만큼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