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집에 돌아오자, 같은 방을 쓰는 후배 김창복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이중섭은 오산 학교 5학년이었고, 김창복은 그보다 삼 년 후배로 둘 다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응, 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든.”
“형, 마을 사람들이 형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소에 미친 녀석이래.” “어느 하나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거야. 창복아, 나는 앞으로 ㉠조선의 진짜배기 소만 그릴 거다. 소한테선 순수한 조선의 냄새가 나거든. 너도 앞으로 조선의 냄새가 풍기는 그림을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