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선생님들 /이명원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조간신문 속 한 장의 사진이 오래도록 내 눈길을 머물게 했다.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은 손목과 허리에 포승줄이 묶여 있었다. 그런데 그 상황과는 자못 이질적인 환한 미소가 프레임 밖으로 번져 나오는 듯, 그렇게 화창한 것은 다소 기이해 보였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한 교원평가 공청회의 진행 와중에 신속하게 구속된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을 포함한 세 사람의 교사였다.
그리고 다시 어느 날, 나는 또 한 장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괴로운 느낌에 빠져들었다. 한 손에 든 꽃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꽃을 든 사내의 표정은 더없이 착잡해 보였다. 급식비 유용 등 재단 비리를 폭로한 이유로 동일여고에서 해직되었던 박승진 교사의 사진이었는데, 함께 해직당한 음영소·조연희 교사의 어두운 표정도 함께 보였다. ‘복직명령에도 교문은 열리지 않았다’ 보도기사의 제목은 그렇게 써 있었다.
또 한 장의 사진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한 사내가 피켓을 목에 걸고 검게 그을린 얼굴로 대법원 앞에 서 있었다. 표정이 밝을 리 없었는데, 그는 ‘수학자는 왜 싸우는가’라고 세상을 향해 벌써 1년 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1996년 대학별 본고사 입시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했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1인 시위 광경을 담은 사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