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잉-그 참을 수 없는 / 이길우
그는 조용한 중학생이었다. 반장에 운동도 좋아했다. 어느날 그는 학원 쉬는 시간에 한 친구가 하는 이상한 동작에 ‘감전’됐다. 그 친구는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두 발을 가위처럼 엇갈려 한동안 멈춰 있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가르쳐 달라고 달라붙었다. 그땐 그것이 ‘비보잉’(브레이크댄스 동작)인 줄도 몰랐다. 쉬는 시간엔 복도에서, 점심시간엔 교실 한켠에서, 학원에서는 1층 대리석 바닥에서 마음껏 구르고 물구나무서며 춤을 연습했다.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했다. 추운 겨운날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동네 공원의 반들반들한 바닥을 찾아가며, 밤늦은 시간에는 경찰 순찰차를 피해가며 춤을 익혔다.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에 반비례해 춤 실력은 늘어갔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가 ‘춤’ 때문이라는 것을 아시곤 화를 내셨다. 몇차례 부모와 충돌한 그는 일부러 기말시험의 모든 답안을 틀리게 찍어 석차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자식의 ‘반란’에 충격받은 부모와 한바탕하곤 가출했다. 가출 며칠 만에 피시방 아이피를 추적한 아버지께 붙잡혀 귀가했다. 어머님은 더이상 화를 내시지 않았다. “어디든 대학은 나와야 된다”고 조용히 설득하시는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