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다시 보자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최근 들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현수막이다. 바둑계의 고수 한 분도 베트남 처녀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수막을 대로상에 내거는 것은 제발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 나라 지식인들이 와서 보면 어떤 기분일까도 좀 생각해 보자.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큰 실례다.
문제의 현수막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만 나쁜 게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걸 보고 베트남을 터무니없이 우습게 여기는 어리석음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오히려 베트남이 한국을 우습게 봤었다. 프랑스.미국과 맞싸워 이긴 자존심을 생각하면 한국쯤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혹시 베트남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베트남을 직접 한번 가보시라 권하고 싶다.
나의 베트남 초행길은 1992년. 하노이 정권이 베트남을 통일한 지 17년째요, 시장경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방.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였다. 비록 가난하지만 대단한 나라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러고 나서 지난달 중앙경제포럼에 참석차 13년 만에 베트남을 다시 갔다.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하노이와 호찌민시는 세계적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새로 지은 공항이며 도심의 오피스빌딩들은 물론이고 말뚝만 꽂혀 있던 공단지역들엔 외국투자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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