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후(以後)'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리어 왕(王)은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대들은 나의 영광과 보위(寶位)를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저들 만백성의 왕이다.” 이 한마디로 리어 왕은 자신이 앓고 있던 두 가지 상반된 병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의기소침(depression)과 그에 대한 반발적 허장성세(mania)가 그것이다.
요즘 대통령 노무현씨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아리송한 언동은 바로 그런 리어 왕식(式) 복합·이상증세를 연상시킨다.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다”고 일종의 정치적 ‘자살 시위’(자살은 실은 시위하면서 하는 게 아니다)를 하면서 ‘대연정(大聯政)’ ‘선거구제 개혁’ 운운하며 무언가 세상을 또 한 번 뒤흔들 궁리를 하는 역설적 공격성.―이렇게 해서 ‘노무현시대’는 생각보다 일찍 말기적 증세에 빠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