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 다람쥐가 이 말을 듣고 크게 꾸짖어 가로되,
“다시 생각하고 깊이 헤아려 은혜를 갚기를 힘쓰고 거칠은 말을 하는 마음을 버릴지라. 서대주는 본디 관후장자(寬厚長者)라 반드시 후일에 낭군을 위하여 사례를 할 날이 있으리니 비록 천한 여자의 말이나 깊이 살피어서 후회하여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옵소서.”
다람쥐 듣기를 마치고 크게 노하여 가로되,
“이 같은 천한 계집이 호위인사(好爲人師)로 나를 가르치고자 하느냐. 계집은 마땅히 장부가 욕을 입음을 분히 여김이 옳거늘 오히려 서대주를 관후장자라 일컫고 날더러 포악하다 꾸짖으니 이 내 형세 곤궁함을 보고 배반할 마음을 두어 서대주를 얻고자 함이라. 예로부터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남녀의 정이고 여필종부(女必從夫)는 부부의 의이거늘 부귀를 따라 딴 마음을 둘진대, 갈려면 빨리 가고 머뭇거리지 말라.
- 작자 미상, 서동지전(鼠同知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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