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심사가 터무니없어 부모 생전 나눠준 전답을 홀로 차지하고, 흥부 같은 어진 동생을 구박하여 건넛산 언덕 밑에 내떨고, 나가며 조롱하고 들어가며 비양거리니 어찌 아니 무지하리. 놀부 심사를 볼작시면 초상난 데 춤추기와 (중략) 이놈의 심술은 이러하되, 집은 부자라 호의호식하는구나. 흥부는 집도 없이 집을 지으려고 집 재목을 구하러 갈 양이면 만첩청산 들어가서 작은 나무 큰 나무를 와드렁 퉁탕 베어다가 안방 대청 행랑 몸채 내외분합 물림퇴에 살미살창 가로닫이 입구[口] 자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이놈은 집 재목을 구하려고 수수밭 틈으로 들어가서 수숫대 한 뭇을 베어다가 안방 대청 행랑 몸채 두루 짚어 말집[斗屋]을 꽉 짓고 돌아보니 수숫대 반 뭇이 그저 남았구나.
- 경판본 흥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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